오늘 학교에 갔더니 1교시 수업 끝에, 얼마 전에 찍었던 가을 사진을 개인별로 나누어 주었다. 우리 학교에서는 가을과 봄에 학생 사진을 한 번씩 찍는데, 사진 크기, 모양에 따라 다양한 사진을 살 수 있다. 지난봄에는 많은 사진을 샀지만, 별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이번엔 싼 걸로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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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교시 화학 수업을 들으러 가는 길에 친구에게,

"Hey, did you get your pictures?"

"Yeah, I did"

"How is it? Because I hate mine. It looks so ugly."

"Of course! I mean, everyone hates their pictures. They do horrible job on taking our pictures."

봄 사진은 그리 나쁘지 않았는데. 이번엔, 갑자기 늘어난 여드름들과, 뜬 머리, 어색한 웃음이 좀 거슬린다. 여기서는 사진 출력 전에 ‘컴퓨터 작업’을 거치지 않는가 보다. 아, 이렇게 쓰다 보니 학교 사진에 대한 불만의 글이 되어버렸는데, 미국 학교에서 찍은 사진들이 나중에는 좋은 추억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주제를 바꿔보자. 3주 정도 전, 나는 정치(Government)시간에 과제를 하나 받았다. 개학을 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선생님이 점수가 많이 걸려있는 중요한 과제를 내 주셨다. 그 내용이 조금 애매했는데, 미국인이기에 누릴 수 있는 자유나 기회를 생각해보고, 관련된 사진을 찾아서 콜라주를 만드는 것이었다. 또 그 사진들은 되도록 개인적인 사진이어야 했다. 미국인이 아닌 학생들에게는, 미국에서의 경험들 중에 재미있었던 일들을 넣어도 된다고 하셨다. 그래서 나는 한국과 미국의 다른 점을 비교해 보고, 미국에 살 때에 어떤 혜택이 있는지를 찾아보기로 했다. 어차피 가족사진들이 필요하므로, 부모님과 연락을 해서 같이 상의도 했다. 열심히 하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 기회를 통해 친구들에게 한국에 대해 더 알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고민 끝에 10개의 사진을 뽑았고, 짧은 설명들을 덧붙여 과목 첫 프로젝트를 완성했다. 미국이 다인종 문화라는 것, 기독교 국가라는 것부터, 학교 복장제도가 약하다는 것이나, 큰 야구장이 많이 있다는 것 같은 것들도 적었다. 제출 일에는 앞에 나가서 자기 프로젝트를 짧게 설명해야 했는데, 아직은 말재간이 좋지 않아서 다 설명하는 데에 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아이들에게는 흥미로운 내용들이었을 거라 생각한다. 한국 고등학교에는 밤늦게 까지 남아서 공부한다고 말해 주었을 때, 빽빽이 들어선 아파트 사진을 보여주었을 때는 되게 신기해했다. 학교 복장제한이 한국 교복에 비하면 나쁘지 않다고 말했을 때는, 선생님께서,

"See, guys. It is not bad, so don't complain about it." 라고 장난스럽게 말하셨고, 아이들은 뾰루퉁한 표정을 지었다.

유창한 설명은 아니었으나, 재미있는 주제로 열심히 프로젝트를 준비한 모습을 보고 칭찬해주셨고, 아직 점수를 확인해보지는 않았지만 좋은 점수를 받았으리라 생각한다. 재미있는 과제였고, 개인적으로도 미국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성격상 자랑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요즘 거의 모든 수업시간에 좋은 점수를 받고 있다. 수학, 성경, 합창시간 등에는 원래 자신이 있었지만, 조금 걱정했던 영어, 말하기, 화학시간에서도 지금까지 너무 잘하고 있어서 기분이 좋다. 미국 아이들이 감정 표현을 많이 하는 것은 알지만, 친구들이

"Man, you are freaking smart"

"How did you do that in your head?"

"Why are you so good at everything, even in the English class?"

라고 말해줄 때는 속으로 기분이 좋다! 이번 학기는 지난 번 보다 더 좋은 성적으로 마칠 수 있을 거 같은 느낌이 들고, 또 그랬으면 좋겠다.

- Sep 14,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