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6일, 나는 16살이 되었다. 학교를 일찍 들어간 이유로, 학교 친구들은 하나, 둘 17살이 되어 가는데, 나는 조금 늦게 16번째 생일을 맞았다. 또, 생각해 보면, 이 날은 내가 처음으로 외국에서 맞는 생일날이었고, 그래서 느낌도 많이 색달랐다.

시간 차이가 나는 이유로, 5일 저녁부터 친척들의 축하 전화를 받았고, 6일 아침, 수화기를 통해 가족들이 불러주었던 생일축하 노래는, 나를 응원해주는 이들이 있음을 다시금 느끼게 해주었다. 이 날은 금요일이었고, 생일자라고 예외 없이 아침 일찍 학교로 향했다. 항상 아침에 나를 학교로 태워다 주시는 Heidi도 나의 생일을 축하해 주셨다. 친구들한테 일일이 소문내고 다니지는 않았지만, 많은 아이들이 이미 알고 있었고, 1교시 성경시간에는 친구들이 같이 노래도 불러주었다. 가족, 친척들이 혼자 다른 나라에서 보내는 생일날이 외롭지 않았냐며 걱정 투로 많이 물어보셨는데, 오히려 재미있었고, 기억에 남을 만한 날이었다.

이 날 저녁에는 가족들과 한국음식점에 갔다. 동생들이 같이 있었더라면 더 재미있었겠지만 둘 다 좀 바빴던 관계로, 할아버지, 할머니, Heidi와, 곧 나의 호스트 아빠가 될 Bruce, 이렇게 4명이 나와 같이 갔다. 내가 사는 곳 근처에서는 한국음식점을 찾지 못해서 차로 25분정도 거리에 있는 한국식 고기음식점에 갔다. 전에 한국에 가본 경험이 있다는 Bruce를 빼고는 한국음식을 접해본 적이 없으셔서, 나의 설명이 많이 필요했다.

먼저 소고기가 좋다고 하셔서 고기로는 불고기, 양념갈비, 등심을 1인분씩 시켰다. 미국에서는 돼지고기와 소고기의 가격이 비슷해서, 우리 집에서는 주로 소고기를 더 많이 먹는다. Appetizer로 구분되어 있었던 해물파전도, 한국식 피자라고 하면서 하나 주문했다. 한국 술도 시도해 보고 싶다고 하셔서 맥주 두 병과 소주 한 병을 시켰다. 술은 다들 좋아하셨다.

음식을 고르는 데에만 오랜 시간이 걸렸다. 또 한국 식사문화가 익숙하지 않아서 내가 많이 도와드려야 했다.

"Hey, but you don't HAVE TO eat these all right now. It is just a side dish. So that you can keep it until the meats come out."

처음에 나온 개인 야채접시를 서둘러 비우려 하시는 가족들에게 내가 말했다. 주로 고기와 같이 먹는 거라고 설명을 드렸더니 다들 웃으면서 포크질을 잠시 멈추셨다. 맵다며 조금 꺼려하시던 김치를 빼고는, 모든 음식을 다 맛있게 드셨다. 드시면서는,

“Guy, this is a lot better than I expected. Actually I kinda worried that I might not like the foods before I came, but I really like it now!"

나도 뿌듯했다. 다음에는 다른 가족들도 꼭 데려와야겠다고 Heidi가 말했다. 식사가 끝나고는 할아버지, 할머니로부터 선물도 받았다. 즐거운 생일날 저녁이었다.

그 다음 날, 토요일에는 친구들이랑 놀았다. 먼저 어제 같이하지 못했던 동생들과, 일 때문에 Texas에 다녀오셨던 이모와 가족들이 다 같이 모여서 저녁식사를 했다. 내 친구 5명도 허락을 받아 초대를 했고, 같이 멕시코 음식점에서 만났다. 어제가 생일이었다고 말했더니 음식점 주인은 커다란 멕시코 전통 모자를 갖다 주셨는데, 그 모자를 쓰고 얼떨떨한 표정으로 사진도 몇 장 찍었다. 친구들과 그리고 가족들과 함께한 생일파티는 재미있었고, 잊지 못할 추억이었다.

사실 계획은 집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려 했었지만, 친구들을 이미 불러놓은 이유로 같이 영화를 보러 갔다. ‘좀비랜드‘라는 19세 조금 잔인한 코미디 영화를 보았다. 사실 나는 입장할 수 없었지만, 이미 17세가 된 몇몇 친구들의 도움으로 같이 들어갈 수 있었다. 잔인하기는 했지만, 엄청 재미있는 영화였고, 모처럼 신나게 웃었던 기억이 난다. 영화를 본 후에는 볼링장에도 갔다. 3게임을 했고, 마지막 게임에서는 내 개인 기록인 135점을 쳐서 친구들은 'Korean Magic'이라며 재미있어했다. 그 날 10파운드짜리 공이 잘 굴러주어서 조금 더 치고 싶었지만, 시간이 너무 늦은 이유로 서둘러 마무리 지었다. 그 날 밤에는 친구 집에서 sleepover를 했고, 다음 날 교회에 늦지 않기 위해 아침 일찍 친구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즐거운 이틀간의 생일파티였고, 나는 이제 16살이다!!

- Nov 10,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