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4일, 부활절 일요일을 축하하기 위해 우리 가족은 목요일 학교가 끝나자 마자 차를 타고 일리노이에 사시는 할머니, 할아버지(아빠 쪽)를 방문했다. 한국에서 "부활절" 하면, "뭐, 예수가 죽었다 살아난 날이지." 라고 생각하는 나였기에 미국에서 부활절을 얼마나 크게 축하하는지,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보고 상당히 꿈쩍 꿈쩍 놀랐다.

목요일, 아침부터 모두가 들떴다. 내일부터 학교를 안가는구나~ Easter break와 Spring break가 겹쳐져서 우리에게는 마냥 10일의 방학이 온 것이다. 휴가로 놀러가는 친구들, 아니면 친구들끼리 새로운 계획을 짜는 친구들... 수업 시간도 하는 건지 마는 건지 금새 학교에서 마침종이 울렸다. 아싸라뵤!! 버스를 타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5일치 짐을 다시 확인하기 시작했다. 뿌셔뿌셔 해먹을 라면 2봉지(우리 엄마와 남동생이 뻑간다. ㅋㅋ), 차에서 배고프면 까먹을 초코파이 8개(s'mour 같다고 좋아한다. ㅋㅋ), 옷, 화장품, 책, mp3, DVD 등등... 가방이 꽉 차는 순간 핸드폰이 나를 부른다. 아빠임을 확인하고,

"Oh, what's up, daddy?"

"Hey, Jeehee, did you and Katharine pack all your stuffs to Illinois? I'm sorry but mom's car is broken so I think we have to go there with my car. You know there's not much room in my car, right? Can you guys pack you guys' stuffs in one bag?(어, 너하고 캐서린 벌써 일리노이에 가져 갈 짐들 다 싼 거니? 미안한데 엄마차가 고장 난 것 같아. 그래서 내 차로 갈 예정인데 내 차가 작은 거 알지? 너하고 캐서린 짐을 한 가방에 넣고 가져갈 수 있니?)"

시도는 해보겠다고 대답하고 우리의 짐을 확인 하는 순간 아무래도 가방 한 개는 절대 무리... 다시 전화해서 아무래도 안되겠다고 했다. 솔직히 나는 전화를 받은 순간 가방자리보다는 우리가 앉아서 갈 공간이 더 걱정됐다. 우리 아빠 차는 소나타같은 보통 자그만 차인데 거기에 어떻게 다섯 사람의 5일치 짐을 넣고 다섯 사람이 껴앉아 7시간을 운전해 간단 말인냐아... 걱정해서 될 일도 아니고 아빠가 도착하자 마자 무작정 짐을 끌어다 넣기 시작했다. 이상하게 트렁크에 딱 맞는 우리의 짐들. 무엇이 빠졌는지 한치의 의심도 없이 생글생글 안도의 웃음을 지으며 차에 탑승했다. 나중에 집에 도착해서 여동생 짐가방을 집에 놔두고 온 것을 깨닫고는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ㅋㅋ 그러게 자기 짐은 자기가 챙겼어야지~

"Noooooooooooo!!! I'm not gonna sit in the middle, never! ever! (나 가운데는 죽어도 앉았을 거야!!)"

캐서린이 소리지르기 시작한다. 미치겠네, 나는 내 여동생이 소리지를 때는 정말 못견딘다. 아니 도대체 목소리가 작은 것도 아니고 하이톤이 그렇게 큰 목소리로 소리지르면 귀를 통해 내 뇌가 뒤틀리는 기분이다. 내가 차에서 내렸다.

"Just call me when she settles down. I'll be around here. (얘 진정되면 부르세요, 바로 주위에 있을게요.)" 

아무리 걸어도 끊이지 않는 저 기막힌 소리... 5분이 지났나... 돌아오라는 엄마의 전화... 차에 탔더니 또 왜 나는 가운데 앉히냐고 시비가 들어온다. 

"Hey, dad can't drive well if i sit in the middle. I'm too tall to hide all the back window. (야, 내가 가운데 앉으면 아빠가 운전 못해. 내가 가운데 앉으면 뒷 유리가 다 가리잖아.)" 

나의 말 한마디와 엄마의 비명과 함께 차는 조용해지고 드디어 집을 떠났다. 계속 서로 이거저거 시비를 걸며 싸움이 일어났지만 상당히 순조롭게 밤 11시 쯤 일리노이에 도착했다.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반갑다고 꼭 앉아주는 둥 마는 둥 정신없이 침대로 쓰러졌다. 

다음 날 아침 9시, 일어나 아침 먹으라고 먹으라고 날 잡아댕기는 남동생 윌리엄을 쫓아내고 다시 침대속으로 기어 들어갔다. 아침 11시, 할아버지가 이제 좀 아침 먹으라고 문을 두드린다. "I... willlll be... right theeerrree" 갈라지는 목소리로 간다고 소리치곤 또 다시 잠자리로... 12시, 스스로 깨어났다. 퍼떡 한다고 하는 샤워도 오래 걸리고 옷입고 정리하다 보니 1시다. 엄마 아빠가 호텔에서 돌아오셨다. 그럼 이제 떠나 볼까?

- Amish Peanut Butter & Apple Jam

 -- 샐러드 바에서 만든 거. 진짜 토핑이 짱 많다.

cottage cheese, olives, chopped ham and onions, pasta, macaroni 등 30개 정도의 토핑이 있었던거 같다.

모두 할아버지의 큰 차에 올라 Downtown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햇빛은 쨍쨍 내리쬐고 잔디는 푸른빛으로 내 배는 꼬르륵... Amish restaurant로 향했다. Amish 사람들은 전기 제품을 전혀 쓰지 않고 환경 친화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말한다. 인터넷, 핸드폰, 전화기, mp3 아무것도 없다. 사람이 그렇게 살아질까? 궁굼했는데 뭐, 잘 살고 있는 걸 보고 그런가 했다. 그런 사람들이 먹는 음식에 대해 솔직히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oh my god damn, 입가에 침이 마르지 않았다.

이 레스토랑은 Yoder라고 가족 레스토랑인데 Amish food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차려진 레스토랑이다. 어찌나 맛있던지, 부폐식으로 되어있었는데 샐러드바 2번, 메인코스 2번을 돌고 배가 터지면서도 디저트코너까지 돌고 왔다. 세상에나, 너무 맛있어~>_<

참고로 말하자면 미국에 오면 꼭 Amish Peanut Butter를 먹어봐야 한다. 난 피넛버터라면 딱 질색인 사람인데 마시멜로 스터프를 넣은 Amish Peanut Butter는... 정말... 너무 맛있다. ㅋㅋ 결국 할머니한테 돈을 드리고는 한국으로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키키키킥~

- 왼쪽 핑크 옷부터, 여동생 캐서린, 나, 남동생 윌리엄, 아빠, 엄마, 할머니, 할아버지

모두 식사를 마친 후에는 Amish 상점들을 하나하나 돌기 시작했다. 아기자기하게 이쁜 것들부터 재미는 것들까지 정말 많았다. Soda fountain이란 게 있는데 그 톡톡 튀는 천연 물에다 다양한 시럽을 섞어가면 음료수를 만들어준다. 진짜 맛있었다. ㅋㅋ

- 진짜 이뻐서 쌍둥이 사줄려 그랫는데 돈이 없어서 포기했다. ㅋㅋ

 
- Soda fountain에서 만든 소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