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번 해 1월 17일에 미국 미주리 주로 온 교환학생, 황규준 이예요. 어떻게 감사의 말을 드려야 할지 몰라서 이렇게 짧은 편지라도 보내요! 먼저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설명해 주시고, 또 이렇게 좋은 가정, 학교에 배정될 수 있게 해 주신 것 감사해요 ^^
  아직 철이 덜 들어서, 오기 전에는 교환학생으로 간다는 것이 이렇게 큰 일 인줄 몰랐어요. 그냥 뭔가 새로운 일을 경험해 보고 싶어서 가겠다고 했는데, 그 선택이 저의 인생에서는 정말 큰 선택이었고, 지금 생각해 보면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전 지금 다른 나라, 다른 사람들과 매일 신기한 경험을 하고 있어요.^^
  호스트 맘 하이디(Heidi)는 되게 친절해서, 제가 이곳에 금방 적응하고 친해질 수 있었어요. 한번은 컵라면을 주셨는데 제가 젓가락을 찾자 라면을 기다리는 동안 하이디가 옆집에 뛰어가 젓가락을 빌려다 주시기도 했어요. 이왕 컵라면 먹는 거 제대로 기분 내라고요. 김치도 한 봉지 사주셨는데 동생들은 맵다고 잘 못 먹었어요. 그래서 남은 김치를 제가 다 먹을 수 있어 정말 좋아요. 두 여동생이 있는데 저를 많이 도와주고, 배려해줘서 이제는 한 가족이 됐다는 느낌이 드네요. 아, 둘째 동생이 중학교 교내 배구선수여서 인근 네브래스카주 오마하라는 곳으로 2박 3일간 가족 여행을 다녀온 일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그때 전 할아버지와 방을 함께 사용하면서 친해지기도 했어요. (참, 아빠는 안 계세요.)
  전 출국이 2주일 늦는 바람에 원하지 않는 생물 과목을 듣게 되어 좀 걱정했었는데 의사인 호스트 맘이 도와줬어요. 영어 과목은 ‘오디세이’를 배우는데 영어 선생님인 이웃집 퍼셀이 제가 잘 못 따라 갈까봐 시험 때 공부 량을 줄여주시고, 수학은 계속 100점을 맞아서 보너스 점수까지 104%를 받았답니다.^^ 학교 친구들도 사립학교라 그런지 착하고, 수업 분위기도 맘에 들어요! 참, 여긴 우리나라의 대학처럼 과목별 수강 신청을 해서 원하는 과목의 수업을 듣기 때문에 매번 친구들이 바뀌는데 여러 친구들과 만날 수 있어 좋아요.
  또 성가대에 들어가 활동하고 있어요. 정장을 입고 발표회에 참석하기도 했는데 영어도 늘고, 노래도 배울 수 있어 좋아요. 참, 이곳 교회 목사님이 중국분이시라 구정 때는 목사님 댁에서 파티를 하기도 했어요. 전 그때 집에서 가져온 한복을 입고 세배를 했죠.
  한번은 제가 문을 제대로 닫지 않는 바람에 저녁 때 개 두 마리가 탈출하는 사건이 있었어요. 이름을 부르며 동생과 함께 동네 주변을 30분간 찾았는데도 개들이 보이지 않아 너무나 걱정을 했어요. 전 계속 기도를 했고, 1시간 30분이 지나자 2마리가 어슬렁어슬렁 나타났어요. 그때 정말 놀랐어요. 하지만 매번 저의 어려움을 도와주시는 손길이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이제 한 달이 조금 넘게 지났네요. 아직은 별 탈 없이,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지내고 있어요. 이제 좀 집이 그리워야 될 때도 됐는데, 일주일에 한 번씩은 영상전화를 하고, 메일도 자주 할 수 있어서 그런지 그냥 그렇네요.^^; 음식도 적응하기 힘들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맛있는 음식도 많고, 여기에 한국 슈퍼도 있어서 컵라면도 사 먹을 수 있어요! 뭐 여하튼 이젠 많이 적응하고, 또 그만큼 영어 말하기나 듣기 실력도 많이 늘어서 힘들지 않아요.

  교환학생 프로그램 너무 좋아요, 제 동생들에게도 꼭 추천해 주고 싶어요. 이렇게 좋은 프로그램에 초대해 주시고, 좋은 환경으로 올 수 있게 하신 것, 부모님과 애임하이 여러분께 너무 감사드려요!
  사실 여기 공부하는 방식이 저에겐 너무 좋아서, 다시 한국 고등학생으로 돌아가기가 좀 무섭네요. 하지만 지금까지 저를 인도해주신 하나님께서 앞으로도 가장 좋은 길로 인도해 주시리라 믿어요.
  나중에 또 기회가 된다면 편지 보낼게요.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2009.2.22.
호스트 집 부엌에서...
From. Guy Hw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