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브라질 교환학생 ‘조’

1년동안 같은 집에서 같은 방을 썻던 브라질 교환학생 “조”는 내가 1년간 미국 생활을 하면서 큰 영향을 받았다. 나보다 영어도 곧잘 잘했고 낙천적이고 밝은 성격덕에 친구도 쉽게 사귀었다. 외국인이라도 놀림을 당해도 웃으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 소재를 돌린다던가 항상 누군가에게 먼저 다가가 친근하게 대하는 점은 내가 정말 본받고 싶었다. 그때만 해도 알게 모르게 미국 사람들에 대한 두려움이 남아 있어서 먼저 말 걸고 살갑게 대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는데 조가 나름대로 중간 다리 역활을 해준 것도 있다. 보다 더 적극적이지 못한 내 성격때문에 조와 같이 지내면서 속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도 했다. 하지만 조의 좋은 점들을 보고 배우려고 나름 노력한 덕분에 오늘의 내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인간 관계가 중요시되는 경영학을 전공하는 학도로써 내가 유학 초창기에 배웠던 사람 사귀는 법과 자연스레 대화를 이끌어 갈 수 있는 능력을 전수해준 조에게 감사한다.
유학 1년차때는 유난히 부모님이나 한국에 계신 친구들에게 전화를 많이 했었다. 생전 처음해보는 타지 생활에 외롭고 힘들어서 그랬을 수도있지만 통화의 주된 내용은 미국 호스트 가족에 대한 불평불만이었다. 영화에서 보던 전형적인 중산층같은 집은 커녕 정리정돈이 하나도 안되있는 집안 내부에 먼저 실망했었다. 가족들의 뚱뚱한 체형에서 오는 거부감도 있었고 판이하게 틀린 생활패턴은 견디기 어려웠다. 브라질 교환학생 조도 그랬겠지만, 도심에서 살면서 밤 늦게 집에 들어오는 것이 습관화돼있던 나로써는 집 안에서 거의 반강제적으로 해야했던 “함께 시간 보내기”가 답답할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전혀 취미가 없었던 NASCAR 시청이라던가 밭 갈기, 고물차 수리하기 등은 정말 고역이었다. 하루 종일 낙엽만 쓸어담는 날도 있었고 장작도 패보는 등 가끔은 내가 지금 미국까지 와서 뭐하는 걸까 하는 생각도 없지 않아 들었다. 한번도 애완견과 생활해 본적이 없어서 생활 초반에는 알레르기 증상이 보이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그 때 아니면 언제 그런 경험을 해보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자발적인 참여는 아니었지만 여러가지 새로운 것들을 해보면서 도전을 나름 즐기게 되었고 점점 매사에 참여하려는 적극적인 내가 되어갔다. 나름 고생 많았던 미국 생활을 하면서 하도 이런저런 실수를 많이 저지른 탓에, 웬만한 일은 그냥 웃어넘길 수 있는 성격이 된것도 같다. 대학와서 부쩍 친구들이나 선후배들로부터 성격 좋다는 소리를 듣는 게 그냥 공짜로 얻어진 것은 아닌 듯 하다.  이래저래 나름 맘고생도 많았고 힘든 시련도 겪었지만 점점 미국 생활에 매료되어가는 내 자신을 보면서 앞으로 미국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자 마음 먹었다. 1년 교환학생 프로그램이 미국 유학으로 이어지는 순간이었다. 새로운 고등학교에 등록을 하고 새로운 1년을 준비해 나아갔다.


8.교환학생을 마치고 유학 2년차생활에 접어들다

아픈만큼 성숙하다고 하던가? 한 학년을 한국 사람이 없는 곳에서 생활해서 그런지 1년 후의 나는 미국에 처음왔을 때와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토론을 한다던가 감정이 격해져서 말을 빨리 해야 할 때는 여전히 어려움이 있었지만 일상 대화에는 많은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영어를 할 수 있었다. 나도 어느덧 일반 미국 친구들처럼 금요일이면 자연스럽게 풋볼, 농구 게임에 가서 학교 팀을 응원하고 방과 후면 가까운 친구들과 운동을 하고 있었다. 같이 영화도 보러 가고, 요리도 해 먹고, 주말에는 친구 집에서 하룻밤 자기도 하면서 많이 친해졌다.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어연 2년이 되가지만 아직도 고등학교 친구들과 연락을 하고 있다. 겨울방학이나 새 학기가 시작하기 전엔 꼭 미시간에 들리곤 하는데 항상 친구들이 공항이나 기차역까지 나를 마중 나온다. 물론, 내가 미국에서 보살핌을 받으면서 클수 있도록 뒷바라지를 해주신 호스트 부모님께도 감사하지만, 다른 주에 있는 나를 아직도 기억하고 방문할 때마다 따뜻하게 맞이해주는 친구들한테도 정말 고마움을 느낀다.
1년여간의 미국 고등학교 경험이 있었기에 이번에는 더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 South Christian High School이라 불리는 미시간 주에 있는, 전교생이 약 600여명 되는 고등학교였다. 지난 해에는 언어와 문화 장벽때문에 활발한 거부 반응이 없지 않아 있었다. 의사소통이 원할하게 되지 않다 보니 매사에 소극적으로 대처하게 되었고 자유로운 분위기와 토론을 중시하는 미국 문화와 내 성격의 90%이상을 차지해온 보수적인 한국 문화가 대립될 때도 있었다. 매사에 적극적인 행동하는 미국 친구들이 부담이 되어서 기가 눌려왔던 것도 사실이다. 내 한국 중학교, 고등학교 경험들을 토대로 볼때, 대체로 한국 학생들은 모든 사람들이 인정할 만큼 잘하지 않는 한 특별히 자청해서 나서는 경우가 거의 없다. 설사 어떤 것을 굉장히 잘한다고 해도 항상 한걸음 물러서며 겸손의 미학을 존중하는 것이 다반사다. 하지만 미국은 정반대였다. 결과보다는 참여와, 결과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을 더 중요시 여겼기에,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자세가 더 인정받았다. 아무리 잘해서 남에게 그 것을 보여주지 않으면 아무런 쓸모가 없다는 논리였다.  결국 잘한다는 것은 그 주제에 대해서 익숙하고 열심히 할 의사가 있다는 뜻이었다. 내가 미국에서 살면서 가장 의아해했던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이 잘한다의 대한 기준이었다. 한국에서 온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점들이 나에게 큰 부담감을 줬지만 결국에는 미국 문화에 따르는 쪽으로 결정 지었다. 나보다 노래를 잘하는 친구들과 합창부를 하고 몸집이 더 큰 친구들과 같이 헬스를 하고 미헌법에 대해 더 많이 아는 친구들과 같이 토론을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작은 노력이 오랜 시간 쌓이니 나중에 활용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도전한다는 것은 쉬운 것이 아니다. 그것이 새로운 친구를 만드는 것이든, 해보지 못한 것을 경험하든 것이든, 아니면 자기가 평소에 하기 꺼려했던 것들을 한번 다시 해보는 것은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 적어도 내 경우에는 그랬다. 태어나서 한번 이사를 가본 적이 없어서 새로운 친구들을 특별히 만들 필요가 없었고 내가 잘한다고 생각하는 것만 골라서 해왔기에 미국 적응기는 정말로 많은 도전 정신을 필요로 했다. 때로는 무모하다고도 느낄 정도로 많은 것을 시도해서 실패도 해보고 아픔도 많이 겪었지만 나는 이런 것들을 절대로 후회하지 않는다. 영어를 잘 이해하지 못해 저질렀던 많은 말 실수들, 그리고 3년간의 호스트 생활동안 코드가 맞지 않아 언쟁을 벌이고 항상 내가 먼저 용서를 구해야 했던 것은 어찌 보면 성공보다 더 값비싼 것일 수도 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도 있듯이 나는 많은 것들을 미국 생활중에, 특히 새로운 것들을 해보고 실패의 쓴 맛을 맛보면서, 영어나 미국 문화 체험보다 더 값진 것들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나 스스로 내 인생의 목표를 정할 수 있는 결단력이 생겼으며 그 목표를 향해 내 자신을 갈고 닦을 수 있는 모든 일에 대한 열정 또한 생겼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나는 한국에서 그저 부모님들, 아니면 학교 학원 선생님들이 시켜서 인생을 살아가는 공부하는 기계에 불과했다. 내가 왜 이런 공부들을 해야하는 지도 모른채 그저 빨리 할당된 몫을 끝내기에만 급급했었다. 내가 미국에 와서 유학생활을 하면서 얻은 가장 큰 것은 바로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하고 나 자신을 찾을 수 있었던 계기였다.


9.나의 사랑 인디애나 주립대 캘리스쿨 진학하다

유학을 온지도 4년이 지나 어느덧 대학교 2학년 생활을 하고 있다. 내가 처음 시카고 공항에 도착해서 미국 사람들을 쳐다보며 신기해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미국 어디를 가도 쉽게 기죽지 않는 내가 된 데에는 많은 분들의 헌신적인 도움과 무한한 사랑이 있었음을 알고 있다. 그 분들께서 많은 것들을 포기하시면서 내가 미국에서 착실히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주셨기 때문에 어쩌면 그런 책임감을 더 느끼고 있는지도 모른다. 많은 기대를 얻고 매사에 열정을 가지고 임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행복하다.내가 한국에서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쳐오면서 의미없이 했던 공부가 내 자신과 내 주위 사람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내 삶의 큰 변화가 된 것도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