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일, 새로운 학기의 시작이었다. 한국에서라면 '방학이 끝나고 반복되는 지겨운 수업의 연속'이겠지만, 수업을 자유자재로 조절 가능한 미국의 2학기는 '새로운' 수업이 될 수도 있다.

"Hey, Jee Hee, wait up!!"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뒤에서 들리는 소리. 1학기 때 3교시를 같이 들은 친구들이었다. Final 시험이 끝나고 일주일만이다. 그리고 서서히 모이는 친구들. 일주일 동안 있었던 일들을 얘기하며 척추가 쑤실때까지 웃었다. 예비종이 침과 동시에 나는 친구와 함께 1교시인 체육관을 찾기 시작했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체육, 과연 잠이 쏟아지는 이 이른 아침에 내가 잘 해나갈 수 있을까? 가뜩이나 새로운 수업이라(1학기 때는 미술을 1교시로 들었었다.) 온몸이 후들거렸다. 선생님이 쪼잔하면 어쩌지, 또 달려야 하나, 샤워 할 시간은 줄까, 그리고 그리고... 잡생각에 차있던 나... 체육관 문을 열고 들어갔다. 우와~우!! 체육관이 너무 멋지잖아!! 삐까뻔쩍 빛나는 바닥과 벽에 붙여져있는 수많은 상들... 눈알이 돌아간다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

첫 날은 자유시간이어서 농구도 해보고 배구도 해보고 트랙을 걷다가 끝났다.

2교시, 영어시간이다. 1학기때 정말 감당해내 힘든 선생님이 걸린 후로 2학기 때는 꼭 좋은 선생님을 만나야지 하고 애들이 손에 꼽는 Mr.Wilson의 수업을 등록했다. 학교 선생님이었던 나의 호스트 맘이 Mr.Wilson을 싫어해서 위기도 있었지만 결국 학교 카운셀러를 잘 우려내 나의 뜻을 이루었지;;) 꽉 막힌 영어 수업에서 탈출한 나는 새로운 교실을 향해 달렸다. 빈 자리를 찾아 앉고 차차 꽉 매꿔진 교실... 이 영어 시간은 재밌는 것이 그룹으로 모여 앉는다는 것이다. 물어보기도 쉽고 토론하기도 쉽고, 음~ 맘에 들어~ Lilia, Keeley, Stephie, Samantha, Tiffany, and me... 나의 그룹이다. 사실 내가 교실에 들어오고 서로 소개하고 떠들고 있는데 Tiffany가 들어왔을 때 조금 놀랐던게, 1학기때 같이 영어를 듣던 친구였기 때문이다. 우와 너도 바꿨네? 맞아 Mrs.Grant(1학기 영어 선생님)는 대체 알 수가 없어!! 어쩌고 저쩌고 시끄러운 분위기를 따라가다가 수업 종이 쳤다. 새로운 친구들은 나를 포함해 4명이었는데, 선생님이 각자 일어서서 반에 자기를 소개하라고 하셨다. 무슨 말을 하라는 거지? 나이도 같고 뭐, 취미를 말하라는 건가아아... 머리가 복잡해졌다. 에라 모르겠다. 내가 일어서서

"Hi, I'm Jee Hee. I'm... uhhh... I'm from Mrs.Grant's class." 그리고 Tiffany, "Hi, I'm Tiffany. I'm from Mrs.Grant's class, too." 그리고 이어지는 두명... "Hi, I'm Kathrin. I'm from Mrs.Grant's class.", "I'm Elise, I'm from Mrs. Grant's class."

모두가 웃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Teenagers Can Fall in Love'란 주제를 두고 토론을 하기 시작했는데 Agree는 왼쪽, Disagree는 오른쪽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띠링~ 오른쪽에는 나를 포함해 3명이 남았다. 그걸 알아차림과 동시에 토론이 시작되었다. 건너편의 친구가 예를 들면서 십대들도 사랑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고, 우리 쪽의 두명의 반박,

"I'm here because I didn't want to move. I definitely agree on the topic.(움직이기가 싫어서 여기 있을 뿐이에요, 난 찬성이에요)", "I don't know. But my girlfriend dumped me yesterday saying that it wasn't a love.(잘 모르겠는데 어제 여자친구가 저를 차면서 이건 사랑이 아니었데요)" 나보고 어쩌란 거지... ㅋㅋ 막막하다가 그냥 몇 마디 던지기로 했다. 그러더니 슬슬 나오기 시작하는 말. 수업이 끝날 때까지 지속된 토론 시간. 생각보다 재밌었던 추억이었다.

3교시, 역사 시간이다. 같이 듣기로 했던 친구가 수업을 바꿔버린 걸 알게 되고 짜증을 곱씹으며 교실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들리는 소리, "Today, we're gonna do a play for each group. Everyone, please come this way!(오늘은 그룹별로 연극을 할 거에요, 다들 이리로!!)" 왜 첫 날부터 연극이야... 하는 생각도 잠시, 이웃집 Pool Party 에서 만난 친구와 누가 먼저 보너스 점수를 따나 내기하며 제일 웃긴 수업시간이 되었다. 우리 그룹의 스토리 메이커 Zach은 종이를 받자마자 주어진 단어를 사용해 연극본을 짜내려 갔고, Minze와 나, Michelle은 주어진 slang들을 엮어쓰며 1920년대의 분위기를 펼쳐갔다. 4교시 기타 시간은 1학기와는 달리 정말 정말 심각성을 느꼈다. 너무 어려워... 뭐 어떻게든 되겠지;; ㅋㅋ 하늘은 언제나 나의편... ㅋㅋ

5교시 지구과학과 6교시 Algebra2는 1학기와 똑같이 오순도순 시끌벅쩍 지내고 있다.

그나저나 이번 주는 감기가 너무 심하게 와서 마지막날 금요일밖에 학교에 얼굴을 비추지 못했다. 집에서 끙끙 앓는데도 한국에 있는 아빠엄마처럼 죽 끓여주며 간호해주는 사람도 없고, 주는 것이라곤 열을 식혀야 된다고 주는 아이스크림. 결국 가까이 산다는 한국 이모한테 전화해서 죽 좀 끓여달라고 부탁했다. 내 걸걸한 목소리를 듣고 따뜻한 죽과 약, 비타민까지 가져다 주신 이모니이이이임~) 아아~ 정말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식사를 한 것 같았다. 금요일날 처음으로 학교에 얼굴을 비추니, 애들이 다 내가 수업을 바꿔버린 줄 알았다고 한다. ㅋㅋ 그렇게 웃는시간도 잠시... 하늘은 과연 나의 편? 내가 없는 사이 엄청난 과제, 숙제, 시험이 벌어지고 있었다는 것을 나는 정말 까먹고 있었던 것인가...

1교시, 체육관에 들어가서 수다떠는 나에게 성큼성큼 오시는 선생님이 하는말, "Jee hee, you should run a mile today~ Go!!(너 1마일 뛰어야지~ 가라!!)" 선생님 팔을 붙잡고 질질땡기며 제발요 제발요 제가 오늘 학교는 나왔지만 아직은 몸이 성하지가 않아요... ㅠㅠ 사정사정을 하며 결국 mid winter break(그 날 바로 다음날부터 주말, 그리고는 한 주 동안 방학~ 그래서 지금은 방학이다 yayy!!) 끝나 돌아와서 보기로 했다.

2교시, 3교시는 다행이 별일 없었고...

4교시 기타수업은 불가능을 가능케 하라는 건가... 읽지도 못하는 악보를 던져주며 break 끝나자마자 시험이란다아아...

5교시 지구과학 시간 내내 내 머리에 도는 유일한 생각, '날 죽이려는 거야. 이건 아니지. 이건... 안되지...' 3개의 lab, 2개의 프로젝트, 4개의 과제, 1개의 단원말 시험. 옆에서 친구들은 내 책상앞에 쌓인 종이들을 휘저으며 웃는건지 우는건지 "you, poor bitch(불쌍한 것 ㅉㅉ)"하며 뭐, 결국은 내 숙제 몇개를 해결해줬다.) 그래도 많아 그래도... 그리고 sub teacher(담당 선생님 도와주는 선생님)가 하는 말, "Being sick sucks! Good luck, Jeehee(아픈건 정말 짜증나는 일이야. 행운을 빌엉)" 

그리고 6교시 Algebra 2. 들어가자마자 지구과학 듣는 사람있냐고 있냐고 해서 찾아낸 다음 그 짧은 쉬는 시간동안 뭐라도 좀 해결해 보고자 지구과학 듣는 친구 5명과 둘러앉아 나의 숙제를 해결하고 있었다. 수학 선생님의 등장... "Jee hee! where were you! oh my god! you know what? you missed a whole chapter!(얘, 너 어디 있었니? 너 단원 한 개 전부를 놓쳤어!)" 

띠리링~ 환자에서 탈출한 사람한테 정말 1교시부터 6교시까지 나한테 해 줄 말이 이거밖에 없나. 그래도 나는 mid-winter break에 희망을 걸고, 끝나자마자 친구들끼리 가는 쇼핑에 동참했다. ㅋㅋ 이번에 ATM카드가 고장나는 바람에 돈이라곤 20불이 전재산이었지만 이대로 집에갈순 없지 않나, 정말 돈도 없이 옷과 CD, 그리고 먹을것을 본다는 것은... 참 참 힘든 일이다. 그래도 세상에는 돈 없이도 즐길게 많아~ 이제 senior(고등학교 마지막 학년, 4학년)을 위해 나온 프롬 드레스!! 각각 3~4개씩 골라잡고는 소리를 지르며 fitting room에 뛰어들어갔다. 어우우우우웅~ 너무 멋쪄어;; 입맛다시며 모두 사진을 찍고는 둘씩 흩어졌다 모였다를 반복하며 6개의 mall을 휩쓸었다. ㅋㅋ

(Briarwood 라고 대형 몰들이 모여있는 곳 이었다.) 여튼 집에 들어와서 엄마한테 잔소리 몇 번 먹고 잠을 자며 생각했다.

정말 아픈건 최악이야!!

그리고 20일, 오늘... Andreas가 Ice Hockey 경기 티켓 2장을 구했다고 전화가 왔다. 아자라뵤!! 6시반에 픽업되서 경기장으로 향했다. Yost Arena~ 아, 정말 나는 우리가족이 이런 데에는 관심이 없기 때문에 티케팅을 해야되는 곳이면 이렇게 친구가 티켓을 얻지 못하는 이상 가보지 못한다. 럭키~ 하늘은 언제나 나의편~ 우예!! 시끌벅쩍 Michigan 색깔인 노랑과 파랑이 넘쳐난다. 정말 최고였다. 전번 농구 경기나 수영 경기는 비교도 안돼!! 이건, 이건!! 아레나에 들어가서 다른 친구들과 만나서 얘기하다가 각자 정해진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GO BLUE! GO BLUE! 사람들이 외치며 몸을 흔든다. 60~70명의 악기단이 Michigan song을 비롯해 응원을 위한 노래를 트럼펫을 불고 댕기며 연주하기 시작했다.

University of Michigan과 Northern Michigan University 사이의 경기 였는데, 처음 시작할 때 NMU 선수를 차례차례 간략히 소개하기 시작했다. 그 시작과 동시에 우리는 신물지를 들고 신문을 읽는척 하며 한 선수, 한 선수 소개될때마다 소리쳤다. "WHO CARES! WHO CARES!" 그리고 NMU 선수들의 소개가 끝나자 읽고있던 신문지를 꾸겨 앞으로 던졌다. 그리고 U of M 선수들의 소개가 시작되었다. 모두들 우와아아아아아!! 소리를 치며 뛰었다. 1st period에는 NMU가 1골을 넣어 이기고 있었는데 그 와중에도 쉬지않고 박수와 함꼐 춤추며 GO BLUE를 외치는 관중들. 아~ 가씀이 뜨거워졌다. ㅋㅋ NMU가 실수할 때 마다 "YOU SUCKS! YOU SUCKS! IT"S ALL YOUR FAULT! IT'S ALL YOUR FAULT! SIP!SIP!SIP!SIP!SIP!WOOOOOOOOOOooooooo" 끊임없이 야유가 흘러나왔다. 결국 그런 열광의 관객덕인지 U of M이 5대 4로 승리를 맛봤다.

우리가 한 골, 한 골 넣을 때 마다 "ONE! TWO!..(넣은 골 수 만큼 외친다.) We Win! You Lose! ooooOOOOOOOO! GO BLUE!" 하며 넣은 골 수를 손으로 가리키며 흔드는데 이건 뭐 정말 월드컵에 온 기분이었다. ㅋㅋ 집에 와서는 아니나 다를까 역시 또 싸움이 일어났지만, 오늘은 마냥 즐겁다.)

아, 사실은 개학 한 이후로 참 일이 많았는데 더이상 쓰기가 귀찮다. 힘들다. ㅋㅋ 다음에 쓸때 더 쓸래~ 히히~

오늘 하키게임은 우리 둘다 카메라를 안갖고 오는 바람에 사진이 핸드폰 사진 밖에 없고, 다른 사진들은 친구 카메라여서 아직 읍따아;; ㅋㅋ 방금 사진을 어떻게 본문에 삽입하는지 깨달았다. ㅋㅋ 예전부터 안되서 짜증났는데...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