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주가 향수병의 피크였다. 중간고사와 호스트 가족, 제일친한 친구와의 이별 등등. 힘든 일이 생기니까 집부터 그리워졌다. 중간고사 전날 공부하다가 그냥 모든게 힘들어서 눈물이 났다. 호스트 가족들에게 보이기 싫어 화장실에서 한참을 울다가 시험?의 압박때문에 억지로 눈물을 참고 공???부를 했다. 그러다 호스트 가족들이 내가 우는 것을 알게되었고 다들 걱정해주고 안아줬다.

그 때는  모든 문제를 호스트 가족의 탓으로 돌리고 싶었다. 그리고 혼자 무작정 호스트 가족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 호스트 가족처럼 좋은 집이 없다. 물론 문제가 하나도 없지는 않다. 10살 여동생이 있는데 그 나이 또래가 다 그런 것처럼 짖궂고 또 내가 말한다고 듣는 것도 아니고... 한국에서는 3남매 중 내가 막내라 동생을 어떻게 다뤄야할지 잘 몰랐다. 그런데 갑자기 동생이 두명씩이나 생기니 난감하기 그지없고 말을 정말 안 들을 때는 진짜 동생처럼 때려줄 수 있는것도 아니고... 이제 동생 다루는 법을 차차 깨우쳐가고 있다. 다른 교환학생 친구들 얘기를 들어봐도 완벽한 호스트 가족은 없다. 사람 사는데 완벽한게 어딨겠는가, 그저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자기의 호스트 가족이 최고다 하고 생활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문제가 생기면 숨기지 말고 호스트 부모님과 상의하는 것도 잊지말 것.

향수병으로 제일 많이 바뀐 점은 기분의 폭이 정말 파도치듯 한다. 낮에는 친구들과 잘 놀다가도 밤이 되면 이유없이 눈물이 나려고 하고 집이 그립고... 끝내는 지금까지 돌 보듯 하던 코디네이터에게 전화를 했다. 내 얘기를 모두 했고 그 분이 그건 정말 정상적인 일이라고 했다. 이맘 때쯤되면 많은 교환학생들이 그런 현상을 겪는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힘들 때는 자신에게 전화하는 것을 꺼리지 말고 하라고 하셨다. 그리고 이번주 금요일에는 그 분 집에가서 같이 저녁도 먹고 하룻밤 자고 오기로 했다. 호스트 가족들과 말하기 힘들다면 코디네이터에게 말하는 것도 정말 좋은 방법이다.

어제 제일 친했던 독일 교환학생 친구가 독일로 떠났다. 가기 전에 일리니는 한국에, 나는 독일에 꼭 가기로 꼭꼭 약속했다. 그 전에는 실감이 안나 별로 슬프지 않았는데 오늘 새로운 학기 시작과 함께 일리니가 없는 학교는 나를 외롭게 했다. 조금 친하다 싶은 친구들은 나랑 같이 듣는 수업이 없고 그래서 지금까지 돌 보듯하던 옆에 앉은 친구에게 말도 걸어보고 처음보는 친구들에게 인사도 해보고 나름 노력을 많이 했다.

친하게 지내던 남자친구가 한명 있었는데 어제 일리니가 갔다고했더니 자기도 안다고 페이스북으로 자기에게 쪽지를 쓰고 갔다고 했다. 이제 자기 독일로 떠난다고 희재를 잘 부탁한다고... 지금 생각해보면 좀 웃긴데 그 말 듣고 울컥했다. 일리니랑 그 친구랑 인사만 몇번 했는데 쪽지보내기 좀 그랬을텐데 나때문에ㅠㅠ 정말 좋은 친구다.

학교 다녀와서 너무 그리운 마음에 메일을 썼다. 메일을 쓰다가 울어본 적은 처음인것 같다. 티슈 30장은 썼다. 어제 공항까지는 같이 못 갔는데 그래도 떠나기 전 전화 오기를 내심 기대했는데 오지 않았다. 어제 가기전에 만난 친구 얘기를 들어보니 일리니가 많이 울었다고 했다. 그래서 전화를 못 했겠구나 생각하니 또 슬프고... 눈 부어서 호스트엄마한테 들키고 또 울고 안아주시고... 호스트 엄마도 나 보시면서 우시고... 외로운 사춘기 소녀의 눈물이란... ㅋ 웃기다.

친구 떠나보내면서 이렇게 우는데 한국갈때는 얼마나 눈물이 나올지... 처음 여기와서 호스트 가족들이 한국 안 그립냐고, 부모님들 안 그립냐고 하면 절대 안 그립다고 그렇게 호언장담을 했는데 6개월 만에 그리운 것들이 참 많아졌다. 그 만큼 소중한 것들이 많이 생긴거라고 생각해야지.? 아자아자!

일리니에게

일리니야 고마워. 너같은 친구를 둬서 정말 행복하다. 나중에 우리 대학가면 꼭 만날거니까 너도 나 보고싶다고 울지말고 ㅋㅋ 너처럼 사랑스러운 아이는 처음 봤어. 독일에서 공부 열심히 하고 엄마, 아버지 봐서 정말 좋겠다... 부럽다... 나도 5개월밖에 남지 않았어!!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친구 사귀다 가야지. 너처럼:) 일리니야,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