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말했나 안 했나 모르겠다만, 미국의 성적은 크게 1st semester, 2nd semester, 작게는 4개의 quarter로 나뉜다. 그리고 두 번째 quarter때, 나의 줄을 놔버린 정신세계에 성적은 끊임 없이 떨어졌다. 솔직히 말해서 한번에 콱 떨어졌다기 보다는 차근차근 떨어졌지만 성적조차 체크하지 않아 2분기 중반 내 성적을 체크했을 때 정말 벼락맞은 기분이었다. 그 때 기분이 어찌나 나쁘던지, 그냥 어차피 한국에 돌아가도 일년 꿇을 건데 그만 둬? 라는 생각으로만 가득 찼었다. 그렇게 성적은 계속 떨어지고 지금은 언제인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냥 갑자기,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미친 듯이 공부했다. 뭐, 한국의 수능 생처럼 밤잠 안 자고 놀 것 안 놀아가며 했다기 보다는, 열심히 놀고 열심히 공부했다. 어찌 보면 아직도 정신이 안 들었구나 하게 보이기도 하겠지만, 역시, 뭐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 나는 노는 것까지 다 포기하면서 공부하는 재주는 아직 없다. 놀 것 못 놀면 속이 타고 뒤집어진다. 친구들과 약속이 있는 날에는 항상 놀았다. 그리고 와서 공부했다. 이러고서 성적이 올랐으면 뭐 난 천재였거나, 학교 수업이 황당한 것이겠지? 나는 공부할 것은 하고 놀 것은 놀았지만 서도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 시간 낭비는 하지 않았다. 학교에서 주는 짤막짤막한 시간, 집에서 할 것 다하고 남는 시간, 이 때 더 많이 노력했다. 이 시간, 쓸데없이 컴퓨터 키며 아무렇지도 않게 보낸 이 시간, 정말 막대한 시간이었다. 어떨 때는 딴 짓 안하면 하루에 버는 시간이 가량 6시간도 된다.

말이 안 된다고? 천만에! 학교는 2시 30분에 끝나고 다른 약속이 없으면 그때부터 숙제하고 쇼를 해도 2시간도 안 걸린다. 4시 반부터 11시정도 까지... 나만의 시간이다. 내 맘 가는 데로 전자파와 통신을 주고 받든지, 책을 피던지, 나의 결정이다. 점수를 따기위해 뛰고 또 뛰었다. 프로젝트를 할 때는 왠 만하면 더 멋지게, 수업을 할 때는 더 활동적으로, extra credit을 준다면야 뭐든 하겠다는 각오로 전념했다. Final 시험이 다가오면서 더욱 늘어만 가는 프로젝트, 포트폴리오, 단원 시험. 나에겐 하나하나가 다 기회였다. 불가능은 생각하지도 않았다. 시험이 있으면 무조건 책을 파며 공부했고, 프로젝트와 포트폴리오는 최대한 선생님들의 주목을 잡을 수 있게 만들었다. 오늘도 저녁에 엄마랑 통화를 하면서 한 말이지만, 정말 최고로 열심히 공부했다. 이미 떨어진 성적을 올린다는 게 쉬운 것이 아니었다. 점점 퍼센테이지가 작아져서 A를 맞아도, 맞아도 내 눈에 나의 성적은 그대로였다. 그리고 오늘, 다시 나의 성적을 체크했다. 다음주 Final에서 조그만 잘하면 All A다. 정말 눈물 나게 내가 자랑스러웠던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엄마 잔소리도 없이, 훼방꾼 동생들을 옆에 두고, 책상도 없이 침대에 쭈그려 앉아 지금을 위해 공부했다. 놀기도 잘 놀러 다녀서 공부할 때 전혀 실증은 없었다.

오늘은 아침에 일어나서 프레즌테이션을 준비한 후 바로 짐 챙겨서 도서관에 가 문닫을 때까지 공부했다. 이제 다음주, 내일이 Final이다. 나는 준비된 인간, 시험이 두렵지 않다! 크크크크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