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부활절날에 가장 할 게 없었던 것 같다.

쫙 빠진 옷차림, 아침 미사, 너무 너무 맛있는 할머니표 요리, easter basket을 제외하면 끝?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준비해 온 옷을 입고 식탁으로 달려갔다. 테이블 위에 나란히 올려져 있는 3개의 Easter Basket. 각자 누구 것인지를 확인하고서는 서로 자신들의 쵸콜릿을 까먹기 시작했다. 30분, 1시간, 1시간 반. 엄마,아빠가 호텔에서 돌아오실 때 까지 계속 까먹은 쵸콜릿. 껍질이 내 옆에 피라미드처럼 싸옇다. 단 것을 많이 먹으면 안되는데 하면서도 멈추지 않는 우리 세 명(나, 남동생, 여동생)의 손. 엄마, 아빠가 도착한 소리에 바로 할머니, 할아버지와 집을 나가 차에 올랐다.

아침에 교회에 가서 기도를 해야 한다고 한다. 평소 교회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지만 이번에는 맘을 바로 먹고 집중하기로 했다. 집중을 해봤자 들리는 것은 내가 제일 싫어하는 성악소리의 연속. 끝남과 동시에 교회를 나오는데 갑자기 뒤에서, "Hey! Hey!"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맨 처음에는 누가 사람을 찾나보지 하고 내 갈 길을 갔는데 혹시나 해서 뒤를 돌아봤더니 뒤에서 어떤 낯 익은 내 또래의 남자애와 아빠가 나를 부르고 있었다. '날 부르는 거 맞어? 괜히 아는 척 했다가 아니면 쪽팔린데----...'하고 생각하는 순간, 떠올랐다. 예전에 Thanksgiving 때에도 할머니, 할아버지를 보러 왔었는데, 그 때 산책하러 나갔다가 만난 친구였다. Rafael이란 앤데 동네 사진 찍고 다니다가 스케이트 보드를 너무 잘타길래 말 붙여서 친해진 친구였다. (내가) 많이 변했는데도 잘 알아봐준게 고맙기도 하고 오랜만이라 너무 반갑기도 하고 솔직히 우리 가족이 빨리 가야한다고 재촉하는 바람에 얘기는 별로 오래 못했지만 새삼스래 좋았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할머니는 할머니만의 요리를 시작하시고, 나는 동생들과 함께 또 쵸콜릿을 까먹으며 사촌 Elizabeth와 TV를 보기 시작했다. 2시간 쯤 지났을까? 드디어 요리가 하나하나 완성되었고 우리는 쇼파에서 일어나 식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점심준비가 완료되고 모두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요리하는 할무니

-할머니의 Amish Style Noodle

딱 보면 Mac&Cheese(마카로니&치즈)라고 하는 친구들도 있고 솔직히 특별히 입맛 댕기게 생긴 음식이 아니라는 건 안다.

이건 우리 할머니가 앞에서 설명한 Amish 스타일 대로 만드는 일종의 Noodle인데 Chicken broth를 기반으로 하는 음식이기에 vegetarian인 엄마와 남동생은 먹으면 안됨에도 불구하고 이 날만은 예외를 만들어 꼭 먹는다. 정말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너무너무 맛있는 요리다. ㅋㅋ

-엄허, 치킨요리ㅋ

정말 할머니, 할아버지네 올 때, 아니, 집 밖에서 벗어날 때가 가장 행복하다. 고기들이 듬뿍 듬뿍:)  부드으러운 살코기에 크런치(바삭바삭?한) 겉..! 무슨 지금 미식가가 되는 기분인데 하여튼 진짜 맛있다!

-Chocolate Pie

처음 쵸콜릿 파이란 말을 들었을때 솔직히 먹기 꺼려했다. 아니 파이면 과일을 넣던가 하지 왜 하필 초콜릿? 했는데 그런 생각도 잠시, 워낙 초콜릿을 좋아하는 나였기에 무조건 시도는 해보기로 하고 한 입 먹는 순간 파이의 반을 내가 다 먹는 바람에 할머니가 새로 만드셔야 했다. 사실 오른쪽 하단에 빈 파이 그릇이 내가 끝낸거고 위에 새거는 할머니가 새로 만든거... ㅋㅋ 진짜 맛있었고...

할머니한테 있는대로 레시피를 보내달라고 했다. 집에가면 우리 가족한테 나의 실력을 (할머니의 요리를) 보여줘야지ㅋㅋ내가 한국에 돌아가면 우리 엄마, 아빠, 내 쌍둥이가 나를 너무 좋아하는 거 아니야?ㅋㅋㅋㅋ스스로 생각만해도 웃음이나오는 자랑스러움...ㅋㅋ

저녁에는 온 가족,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 아빠, 아빠의 여동생과 딸 ,그리고 새남편, 여동생, 남동생, 나 (대가족이네ㅋㅋㅋ ), 모두 모여 중국 집에 갔다. 여기 중국집은 여어어엉 아니었지만 그래도 먹을 만큼 배부르게 먹고 집에 도착하자 마자 침대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