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TV광고에 밭을 메는 어머니 영상화면에 , 어느 30대 중반의 남자가 나와서 "어머님은 나의 꿈을
키워주셨습니다"라는 말을 하던 것이 있었습니다. 우연히 보게 된 광고였는데 한참동안 제 머리속을 맴
돌았습니다. 옛부터 어머니라는 존재는 아이에게 꿈을 갖게하고, 꿈을 키워주고 ,그 꿈을 이룰수 있도록
도와주는 존재 인것을...현실을 보면 저와는 아주 거리가 먼 이야기 였습니다.

그러던 차에 우연히 인터림을 알게 되었고 교환학생이란 프로그램도 알게 되었습니다.
청소년기에 1년을 넓은 세상에서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것들을 보고 느껴,
꿈과 희망을 키울수 있도록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건 ,평소 저의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는
프로그램 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이에게 제안을 했고 아이는 며칠 고민을 하더니 동의를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미국인 가정에 홈스테이를 하며 잘 지내고 있습니다. 보내기 전에 혹시
이곳 부모로부터 간섭으로부터 벗어나 너무 자유분방해 지지는 않을까 걱정 했습니다만 기우였습니다.
인터림과 그쪽 FLAG 재단의 지도와 보살핌으로 잘 생활하고 있습니다.
아이가 보내오는 메일이나 사진, 전화통화를 통해 저는 그 가정에서 저희 아이를
얼마나 잘 보살펴 주고 ,그것이 아이에게 얼마나 큰 자신감을 갖게 하는지 느끼고 있습니다.
보편적으로 홈스테이 하는 미국인들은 사랑이 많은 분들이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엇지만,
제 아이가 지내는 그 가정은 특히 더 그런것 같습니다.
형제가 5인데 출가한 딸도 가까이 있으니 아주 대가족이지요....
제 아이 인데도 저 보다 더 많은 사랑을 온 가족에게
받고 있다는걸 알수 있습니다. 형제가 많고 가족이 많고 온가족이 같이 생활하는 시간이 많고...

'환경에 따라 아이가 이렇게 바뀌는구나" 는걸 자주 느낍니다. 아이의 목소리가 활기차 졌습니다.
뭐가 그리 신이 나는지... 본인이 그리워하는 축구도 많이 하고,
제가 항상 잘해주기를 바라던 클라리넷 연주를 그렇게도 하기 싫어하더니 이제는 본인의 특기가 되어
학교 밴드부원으로 다른 학교 연주도 가고...
여기서 그리 열심히 영양가있는 좋아하는 음식을 해줘도 몸무게가 50키로도 안 되더니,
6개월만에 10키로가 늘었다니...

게다가 가장 저를 놀라게 한 것은 "엄마 요즘 내 소원이 뭔 줄 알아요? 팔짱끼고
(사전을 안 찾아도 된다는 의미) 영어책 읽는 것 이예요. "
그런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소원을 갖게 되었다는 것은 큰 꿈을 갖으라고 아이를 보낸 엄마를 아주 기쁘고
반갑게 하는 것 입니다.
지난 학기에는 미국사를 빼고는 모두 A 학점을 받았다 하고, 미국사가 너무 어렵다고
하더니...며칠 전에는 이번 학기에는 전 과목을 모두 본인이 원하는 A학점을 맞았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엄마 옆에 있을때는 제 할 일도 못 챙겨서 하는 어린아이 같더니..그 동안 아주 의젓해짐을
느낄수 있었습니다. 아침에 깨워서 학교 보내는게 아주 힘들었는데 혼자서 자명종으로 일어난다니..
어떤 면에서는 가족간에 잠시 헤어져 있는 것이 더 사랑을 확인하게 되는것 같습니다.
연말에 아이에게서 소포를 하나 받았습니다. 크리스마스 선물, 홈스테이 하는 가정에서
100달러를 주시면서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라 했답니다.
그래서 아이가 사 보낸 제 선물은 <털 슬리퍼>입니다. 아이가 적어서 보낸 글이 제 눈시울을 적셨습니다.
<내가 어렸을때 엄마가 바지색과 어울리지 않는 빨간 양말을 신어서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엄마가 이 빨간 양말이 따뜻하다고 한 것이 생각나서 보냅니다.
엄마 발이 내 발보다 조금 작아서 그렇게 샀는데 맞나 모르겠습니다>
평소에 아이가 자기 생각이나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는 아이인데.. 갑자기 아이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많이 컸다 싶기도 하고.... 그 후로 저도 아이에게 메일을 보낼때
솔직한 제 감정을 표현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오히려 같이 있을때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부분을 말입니다.

아이는 교환학생이 끝나면 다시 유학생으로 그 곳에서의 학업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저에게 소망이 있다면 아이가 커서, 그 TV 광고 처럼 "어머님은 나의 꿈을 키워주셨습니다" 라고
이야기 하는 것입니다.

2005년 3월 27일

신태섭의 엄마  김미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