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규준] Saint Louis University-Physics and Pre-Med

내 인생의 선물, 교환학생

ㆍ교환학생 기간 : 2009년 1월 ~ 12월
ㆍ교환학생 지역 및 학교 : 미국 미주리주 Lees Summit Christian Academy
ㆍ현재 학교 : Saint Louis University, Physics and Pre-Med,
                 학점조기이수로 다음 학기에는 3학년


교환학생으로 오기 전 한국에서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의사가 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은 있었지만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 없이 살아가고 있었다. 갓 중학교를 졸업한 많은 한국 새내기 고등학생들처럼 그저 SKY에 붙어서 멋진 사람이 되는 것, 내 실력이 허락한다면 의대에 붙어서 내 꿈을 이루어 나가는 것이 내 계획이었다. 그렇게 막연한 꿈을 머릿속으론 그리고 있었지만 현실에서 나는 모의고사와 중간, 기말고사 시험에 치여 살아가고 있었다. 그렇다고 불행한 삶을 살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매일 학교에 가는 것은 힘들었지만 한편 즐거웠고, 남들 다 해서 따라하는 공부였긴 했지만 나름 그 속에 재미를 느끼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 때는 내가 많이 성숙한 줄 알았다. 교회와 학교에서 들리는 칭찬 소리에 난 많이 우쭐했던 것 같다. 4년 전에 나는 우물 안 개구리처럼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전혀 알지 못했다. 새로운 문화, 나와 다른 사람들, 전혀 상상하지도 못했던 세계를 체험하면서 이 지구에 얼마나 많고 다양한 사람이 살고 있는지, 그리고 이들이 알게 모르게 서로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며 살아가고 있는지 조금씩 배워갔다. 또 내가 얼마나 종속적인 존재인지를 깨달았다. 가족, 친구들과 떨어져 먼 미국 땅으로 왔을 때 나 혼자서는 살 수 없다는 것을 곧 느꼈다. 그 때마다 주변 사람들에게, 그리고 내가 믿는 하나님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의지하는 법을 배웠다. 내가 사는 것이 나 혼자 힘으로 사는 것이 아님을 느꼈을 때, 한국에서 나를 뒷바라지 해주시고 기도해주셨던 내 부모님과 주변 어르신들께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와서 난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솔직히 한국 고등학생으로서 나의 일과는 학교, 도서관, 주말엔 교회가 대부분이었다. 가끔씩 가족, 친구들과 운동을 하기는 했지만 많이 즐기며 하지는 못했다. 이와 다르게 미국에서의 생활은 다이내믹했다. 미국 고등학교에서 있었던 2년 반 동안, 나는 야구부원이었고, 합창단과 중창단원이었으며, 학교 연극에서 ‘명랑한 한국아이’ 역할로 참여도 해보았다. 잠시였지만 체스클럽 일원이기도 했고, 학교 친구들과 시내에 가서 길거리 전도도 해보았다. 또 미국 고등학교라면 빠질 수 없는 학교 댄스파티들에도 여러 번 가보았다. 내가 한국에 남아있었더라면 생각도 못해봤을 일들이 지금 내겐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아있다.

미국에 있으면서 혼자 결정하고 결과에 책임을 지는 것을 배웠다. 한국에 있었으면 먼저 부모님께 허락을 받거나 의견을 먼저 여쭈어봤을 일들을 내가 스스로 결정해야할 일이 많이 생겼다. 예를 들면 매학기 학교 수업을 선택하는 일, 학교 연극에 오디션을 보기로 결정한 일, 어느 대학에 지원을 할 지 결정하는 일들 말이다. 이 외에 많은 크고 작은 일들을 내가 스스로 결정해야 했다. 항상 그래 왔긴 했지만 큰 결정을 앞두고 있을 때도 짧은 전화통화로 부모님의 조언을 구한 뒤 내가 결정을 내렸다. 그렇게 점점 내가 스스로 지어야할 책임이 많아짐을 느꼈을 때 그와 동시에 내가 성숙해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그로 인해 내가 고생했던 적도 있었지만 분명히 그런 경험들을 통해 어린 내가 조금씩 자라왔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교환학생 프로그램은 나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쳤다. 먼저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통해 내가 참 어리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미국 고등학생이 아니라면 할 수 없는 색다른 경험들을 할 수 있었다. 더욱이 나는 부모와 떨어져서 혼자 결정하고, 책임을 지는 법을 배워나갔다. 고1 때 많은 생각 없이 교환학생이 되기로 결정한 것이 이렇게 많은 면에서 나를 성장하게 만들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처음 미국행 비행기를 탄 이후 3년 반 후에 아직 미국에서 대학 생활을 하며, 이렇게 흥미진진한 삶을 살고 있을 줄은 더더욱 상상하지 못했다.

지금 나는 미국 Saint Louis University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있으며, 의과대학 진학을 목표로 공부하고 있다. 내게 이러한 새로운 길을 열어준 교환학생의 경험이 소중하여, 나의 체험담을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 뿐만 아니라 나의 체험담을 소개하기 위해 2010년 ‘미국 넌 내거다’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나의 사례는 이제껏 있었고, 앞으로도 만들어질 많은 ‘성공사례’의 하나일 뿐이다.

이제 미국으로 출발하기 위해 설레이는 마음을 가지고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주어진 시간에 감사하고, 최선을 다하여 새로운 ‘성공사례’를 만들어 나가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