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미국의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Robest Frost, 1874~1963)가 남긴 '두 갈래길(The Road not taken)'이란 시를 좋아한다.

'단풍 든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지 Two roads diverged in a yellow wood'로 시작하는 시는 인생의 기로에서 만나게 되는 무수한 선택의 순간을 '두 갈래길'을 통해 은유적으로 말해준다. 시인은 두 갈래 길 가운데 어느 길로 갈 것인가 고민 고민하다가 마침내 한 길을 걸으면서 먼 훗날 다음과 같이 말하리라고 끝맺는다.

두 갈래 길이 숲 속에 나 있었네. 나는,

Two roads diverged in a wood, and I-

나는 사람들이 덜 밟은 길을 택했고

I took the less traveled by,

그것이 나의 운명을 바꾸어 놓았네

And that has made all the difference

나는 가끔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참여하겠다고 찾아오는 청소년들을 보면서 참으로 용감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내가 만약 청소년기로 되돌아간다면 과연 이렇게 과감하게 떠나는 것을 시도할 수 있을까? 이제 불과 15, 16 청소년인데 과감히 부모 곁을 떠나 먼 타국의 남의 가정으로, 남의 학교로 떠나겠다고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교환학생이 되겠다고 떠나는 것은 프로스트의 시처럼 두 갈래 길 중에서 남들이 가지 않은 한 길을 걷는 것과 같다. 교환학생 참가를 많이 한다는 강남이나 분당 지역 학교를 놓고 보더라도 한 학교 700명 학생 중에 교환학생으로 지원하는 학생이 10명 남짓이라면 정말 100명 중에 1명이 되는 일인 것이다.

수원에 사는 한 선생님의 자녀 두 명을 차례대로 교환학생으로 보낸 적이 있다.

맏이인 딸이 고교 2학년 때 교환학생으로 떠났고, 그 이듬해 고교 1학년이던 아들이 교환학생에 참가하였다.

자녀를 떠나 보내는 선생님이 얻고자 하신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의 답은 의외로 '영어'가 아니라 '독립심'이었다. 딸을 보낼 때는 아이가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가 너무 많았기 때문에 큰 욕심보다는 그저 영어도 더 배우면서 넓은 세상 보고, 또 지독한 입시경쟁의 스트레스를 잠시 잊고 충전하라는 정도의 기대를 했다.

그런데 딸이 1년의 교환학생을 끝내고 돌아왔을 때 선생님이 가장 놀란 점은 '독립적으로 달라진 딸의 삶의 태도'였다. 영어의 향상 같은 것은 오히려 부차적이었다고 한다.

선생님의 딸은 미국으로 떠나기 전에는 모든 일에 대하여 스스로 판단 내릴 줄 모르는 어린아이였다. 미국 나이로 16살, 한국 나이로는 18살이었는데 부모님이 결정 내려 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스스로 할 수 없는 아이였다. (사실은 스스로 할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미국에서 돌아올 때 그 딸은 매사에 자신의 의견을 분명히 할 줄 아는 아이로 변해 있었다. 대학 진학에 대한 고민도 스스로 진지하게 하고 있었고, 귀국 하면 어떻게 공부하겠다, 부모님의 형편이 어떠하니 나는 이렇게 미래를 설계하겠다는... 자신의 의견이 분명한 아이가 되어 있었다.

왜냐하면 미국에서 1년 동안 교환학생으로 지내는 동안 홈스테이 부모님도, 학교 선생님도 언제나 그녀에게 결정하라고 했지 대신 결정을 해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선생님의 딸은 어린아이가 아니라 독립된 인격체로서 자신을 책임지는 주체자로 대접받았기 때문이다.

(선생님의 딸은 밤 11시까지 학교에 남아서 공부하는 한국 교육방식에 힘들어 했고, 미국에 가서 밴드부, 치어리딩 활동 등을 하면서 몸과 마음이 매우 건강해 졌다. 그리고 대학 진학을 한국으로 할 것인가, 미국으로 할 것인가 고민하다 최종적으로 부모님의 형편을 고려하여 미국 커뮤니티 칼리지로 갔다. 지금은 피츠버그주립대로 편입하여 간호학을 전공하고 있다.)

애임하이교육(주) 대표이사 손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