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석재 기자 karma@chosun.com   서울사대부설여중 1학년 문예나(14)양은 지난 1년 동안 대학생 언니와 오빠들처럼 학교에서 계속 돌아다니며 수업을 들었다. 과목마다 수업이 이뤄지는 교실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수학교실 벽에는 각종 공식을 설명하는 자료가 붙어 있고, 가정교실에는 주방과 실습도구가 마련돼 있다.

▲ 학생들이 교과별로 특성화된 전용교실로 이동해 수업을 받는‘교과교실제’가 3년 뒤에는 전국 대부분의 중ㆍ고교로 확대된다. 2009년 이동수업을 시작한 서울 공항중학교 학생들이 수학교실로 이동하고 있다. /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문예나양은 "과목마다 따로 정해진 교실에서 (학습 능력) 수준별로 수업을 받으니까 집중도 잘 되고, 미리 수업을 받을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학생들이 교과별로 특성화된 전용교실로 이동해 수업을 받는 '교과교실제'가 3년 뒤에는 전국 대부분의 학교로 확대된다.

◆ 2014년까지 중ㆍ고교 90%가 이동수업

교육과학기술부는 내년까지 일반계 고교에 교과교실제를 도입하고, 2014년까지는 농어촌ㆍ중소도시 6학급 이하 학교를 제외한 전국 모든 학교로 확대하겠다고 9일 밝혔다. 이렇게 되면 전체 중ㆍ고교 5383곳 중 90%인 4800여곳에서 교과교실제가 운영된다.

한꺼번에 모든 교과에서 이 제도를 적용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학교마다 ▲5과목 이상 교과교실을 운영하는 '선진형'과 ▲최소 2개 과목만 운영하는 '과목 중점형'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할 계획이다. 신설 학교는 모든 과목이 교과교실을 운영하도록 지어진다.

교과교실에서는 학생들을 2~5개 그룹으로 나눠 수준별 수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고, 이에 따른 교사 증원을 위해 기간제 교사 채용을 늘리고 실적 우수자는 정규교사 채용 때 우대하기로 했다. 교과부는 "2009년 기준으로 전체 중ㆍ고교에 3340개의 유휴 교실이 생겨 교과교실제를 전면 확대할 여건이 돼 있다"고 밝혔다.

◆ 수준별 수업ㆍ맞춤형 교육

교과교실제는 '공교육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목표로 현 정부 초기부터 추진된 제도다. 교실의 수업 운영체제를 학급 중심에서 교과 중심으로 바꿔 교과 특성에 맞는 창의적 교실수업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현재 전체 중ㆍ고교의 15%인 806개 학교에서 시범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이 제도는 ▲학생과 교사의 수업 집중도가 높아지고 ▲학생 수준에 따른 수준형ㆍ맞춤형 교육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으며 ▲과목에 따른 특성화 교육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영어교실은 시청각 자료를 구비하고 국어교실에서는 토론 수업을 할 수 있게 책상 배치를 바꾸는 등 좀 더 학생에게 다가가는 교육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기 안성여중의 경우 교과교실제를 운영한 뒤 지난해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보통 이상' 학력 학생이 5% 늘어나고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5% 줄어드는 성과를 거뒀다. 서울 방화중은 진로교육과 연계된 선택형 교육과정 모델을 개발해 교과교실제와 함께 운영하고 있다.

◆ 일부 문제점도 노출

하지만 교과교실제에서 몇 가지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학생들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분위기가 어수선해지고, 교사의 생활지도가 어려워지며, 출결 관리가 힘들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특히 갑자기 바뀐 수업 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도 있다.

교과교실제를 운영하는 서울 A중 학생 김모(15)군은 "계속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보니 담임선생님이나 같은 반 친구들과 멀어지는 느낌이 들고 오히려 불편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과부는 "교과교실제가 되더라도 기존의 반(班)과 담임교사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며, 올해부터 (생활지도를 같이 하는) 진로진학 상담교사 1500명을 배치해 지도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